비슷한 시기에 시작해도 끝나는 시기는 다릅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1편 · 타고난 속도)
"선생님, 제 교정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비슷하게 시작한 친구는
벌써 끝났다는데요."
충분히 답답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치아가 움직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물론 고무줄 착용 같은 환자분의 노력도 중요한 변수이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 즉 생물학적 특성이 크게 작용합니다."
교정을 오래 하다 보면 분명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힘을 주어도, 어떤 분의 치아는 빠르게 이동하고 어떤 분의 치아는 좀처럼 따라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힘의 설계를 다르게 했나, 와이어 선택이 달랐나' 하고 제가 적용한 치료 방식을 먼저 되짚어보곤 했습니다. 물론 부적절한 힘이나 치료 방식은 실제로 이동을 늦추거나 왜곡시킬 수 있고, 이는 의료진의 진단과 판단이 관여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같은 환자, 같은 의사, 같은 치료 방식으로 진행해도 왼쪽과 오른쪽의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치료 방식이 완전히 동일한 두 곳에서도 이런 차이가 난다는 것은, 그 차이가 치료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온다는 걸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실제로 뒤에 소개해 드릴 연구들도 이 개인차를 정확히 보기 위해, 일부러 여러 환자에게 '표준화된 동일한 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왜 "빨리 끝내달라"고 힘을 더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지를 근거와 함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건 임상가의 인상이 아니라, 실제로 측정된 사실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움직여도 사람마다 이동량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Dudic 등(2013)은 30명의 환자에게 표준화된 동일한 힘으로 작은어금니를 8주간 이동시켰습니다. 평균 이동량은 약 2.4mm였지만, 개인별 범위는 0.3mm에서 5.8mm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힘, 같은 기간인데도 사람에 따라 10배 넘게 차이가 난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동 속도가 주로 환자 개인의 특성에 좌우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더 최근의 3차원 스캔 연구(de Gouyon 등, 2020)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주 치아 이동을 정밀 측정했더니, 이동 속도가 주당 0.15mm에서 1.24mm까지 나타나 개인 간 편차가 8배 이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개인차 때문에 교정 기간을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고, 오히려 이 속도를 관찰해 환자별로 내원 간격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니 "친구는 벌써 끝났는데 나는 왜"라는 비교는, 사실 처음부터 공정한 비교가 아닙니다. 두 사람의 치아는 애초에 다른 속도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으니까요.
치아 이동 속도는 하나의 요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나이입니다. 앞의 Dudic 연구에서도 젊은 환자일수록 치아가 유의하게 더 많이 움직였습니다. 뼈의 대사와 재형성이 활발한 시기일수록 반응이 빠른 것으로 이해됩니다. 성인 교정이 무조건 오래 걸린다는 뜻은 아니지만, 나이가 속도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변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둘째, 개인의 뼈와 잇몸 생물학입니다. 치아는 잇몸뼈가 한쪽에서 녹고 반대쪽에서 새로 차오르는 '재형성' 과정을 통해 움직입니다. 이 재형성의 속도는 뼈의 밀도, 치주인대의 대사 활성처럼 사람마다 타고나는 특성에 좌우됩니다. 같은 힘을 주어도 이 생물학적 엔진의 회전 속도가 다른 셈입니다.
셋째, 잇몸의 염증·골대사 상태입니다. 앞의 3차원 연구에서 이동 속도는 잇몸 염증 정도와 상관을 보였습니다. 뼈 재형성과 염증 반응이 맞물려 있기 때문인데, 이는 곧 구강 상태나 전신 컨디션이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밖에도 유전적 소인, 복용 약물, 전신 질환 등이 이동 속도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컨대 치아 이동 속도는 수많은 개인 변수가 합쳐진 결과이지,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자, 가장 큰 오해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세게 밀수록 빨리 움직일 것 같지만, 근거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Ren 등(2003)은 교정력의 크기와 이동 속도에 관한 400편이 넘는 문헌을 종합 검토했습니다. 그 결론은 다소 의외입니다. "최적의 교정력 수준이 무엇인지, 문헌에서 명확한 근거를 도출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힘의 크기와 이동 속도의 관계를 제대로 다룬 실험 자체가 드물었고, "세게 줄수록 빠르다"는 단순한 비례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Theodorou 등(2019)은 Ren의 연구 이후 나온 무작위 대조 시험들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여전히 연구마다 방법이 제각각이라 명확한 하나의 답을 내긴 어려웠지만, 50~100cN(대략 50~100g) 범위의 힘이 이동 효율과 환자의 편안함, 부작용 감소 측면에서 그나마 최적에 가까워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제시했습니다. 다만 포함된 연구들의 힘 범위가 18~360cN으로 20배 가까이 벌어져 있어, "적정 힘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한계를 함께 밝혔습니다. 16년이 지나도 답은 완전히 명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센 힘일수록 좋다"는 통념과는 다시 한번 거리가 먼 방향입니다.
오히려 과한 힘은 득보다 실이 큽니다. 필요 이상으로 강한 힘은 이동을 빠르게 해주지 못하면서, 치아 뿌리가 흡수되거나(치근 흡수) 통증·잇몸 손상 같은 부작용의 위험만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정에서는 "센 힘"이 아니라 "치아가 건강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적절한 힘"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속도를 늦추는 요인은 환자의 몸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치아가 이동하는 '길목'에 물리적으로 걸리는 것이 있는지도 큰 변수입니다.
앞서 소개한 Dudic 등(2013)의 연구는 이 부분도 함께 살폈습니다. 이동하려는 치아의 옆에 인접치가 이미 맞닿아 이동 경로를 막고 있는 경우('악내 장애물'), 또는 반대편 대합치와의 교합 접촉이 이동을 막는 경우('악간 장애물'), 두 경우 모두 장애물이 없을 때보다 이동량이 유의하게 줄었습니다. 옆 치아가 힘의 일부를 흡수해 버리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건 임상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인접치가 막고 있다면 그 치아를 먼저 옮겨 공간을 확보하는 순서 조정이 필요할 수 있고, 교합 접촉이 막고 있다면 그 접촉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방법(교합을 살짝 띄우는 보조 장치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조치가 실제로 이동 속도를 얼마나 앞당기는지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아직 아니라서, 이는 이 연구 결과로부터 임상가들이 합리적으로 끌어내는 적용이지 논문이 증명한 결론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연구들, 특히 Dudic 등(2013)의 연구는 "성별은 이동량에 유의한 영향이 없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11~43세가 섞인 표본이라, 성인만 따로 떼어 남녀를 비교한 설계는 아니었습니다.
제 진료 경험으로는, 청소년기 환자에서는 성별에 따른 이동 속도 차이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남성 환자에게서 이동이 더딘 경향을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합니다. 다만 이건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제가 반복적으로 느낀 인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를 성인 남녀로 나눠 정면으로 검증한 연구를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 관찰과 방향이 맞닿는 정황은 몇 가지 있습니다. 클리어 얼라이너로 19~64세 성인의 이동을 정밀 추적한 연구(Chisari 등, 2014)는 나이와 이동량의 관계가 "복잡하며 남녀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밝혔고, 특히 50~70세 구간에서 나타난 이동 감소 경향이 여성에게서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동물 실험(Seifi 등, 2015)에서는 여성·남성 성호르몬(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테스토스테론)을 모두 제거하자 오히려 치아 이동이 빨라졌는데, 이는 성호르몬이 뼈의 재형성을 조절해 이동 속도에 관여한다는 기전을 뒷받침합니다. 성인이 되어 성호르몬 수준이 남녀에서 다르게 자리잡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 관찰에 대한 기전적 설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며, 이 주제 자체가 성별을 나눠 제대로 검증된 연구가 원래 많지 않다는 점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성인 남성 환자의 이동이 더딘 것 같다는 제 인상에는 그럴듯한 기전이 있지만, 이를 확정된 사실로 안내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경향을 염두에 두고, 성인 남성 환자분들께는 치료 기간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안내하는 편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환자와 저 환자가 왜 다른가'를 말씀드렸는데, 사실 개인차는 한 사람 안에서도 나타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같은 환자의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의사가 같은 치료 방식으로 다루는데도 눈에 띄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치료 방식이라는 변수가 완전히 같으니, 이 차이는 그 방식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역시 정면으로 검증한 연구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짚어볼 만한 정황은 있습니다. 새로운 교정 보조 요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은 흔히 '반구강(split-mouth)' 설계를 씁니다. 한쪽에는 새 처치를, 반대쪽에는 처치를 하지 않고 비교하는 방식인데, 이런 설계를 쓰는 이유 자체가 환자마다 이동 속도 차이가 너무 커서, 같은 환자 안에서 좌우를 비교하는 편이 더 공정한 비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좌우조차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둡니다.
저작 습관(한쪽으로 치우쳐 씹는 습관), 좌우 골밀도나 근육 활성도의 미세한 차이 등이 좌우 골대사에 다르게 관여할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지만, 이 역시 확립된 사실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한 경향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다만 이 사실을 알아두시면, "왼쪽은 다 됐는데 오른쪽은 왜 아직이지"라는 걱정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동이 느린 경우는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이 겹쳐 나타나고, 대개는 그분의 몸이 원래 그런 속도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에 맞춰 안전하게 치료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동이 유난히 더딜 때는 원인을 점검합니다. 잇몸에 염증은 없는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인접치나 교합 접촉 같은 물리적 장애물은 없는지를 살핍니다. 개인의 생물학은 바꿀 수 없어도, 이런 부분은 함께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환자분의 노력으로 바뀌는 부분, 특히 고무줄 같은 보조 장치의 협조도에 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교정 기간이 사람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좌우에서도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대개는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옆 사람과, 혹은 내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하며 조급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속도가 더딘 것이 곧 치료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도 아닙니다. 그리고 힘을 세게 준다고 빨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무리한 속도는 치아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언제 끝나나요"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고, 사실 저 역시 모든 환자분의 치료 기간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 말씀드리는 예상 기간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특정 시점에 가서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매 내원 때마다 진행 상황을 먼저 확인하고, 예상보다 더디다 싶으면 그 이유를 먼저 짚어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몸의 생물학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 — 환자분의 노력으로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인 협조도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Dudic A, Giannopoulou C, Kiliaridis S. Factors related to the rate of orthodontically induced tooth movement. Am J Orthod Dentofacial Orthop. 2013;143(5):616–621.
2. de Gouyon Matignon de Pontouraude M, Von den Hoff JW, Baan F, Bruggink R, Bloemen M, Bronkhorst EM, Ongkosuwito EM. Highly variable rate of orthodontic tooth movement measured by a novel 3D method correlates with gingival inflammation. Clin Oral Investig. 2020;24(12):4331–4340.
3. Ren Y, Maltha JC, Kuijpers-Jagtman AM. Optimum force magnitude for orthodontic tooth movement: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Angle Orthod. 2003;73(1):86–92.
4. Theodorou CI, Kuijpers-Jagtman AM, Bronkhorst EM, Wagener FADTG. Optimal force magnitude for bodily orthodontic tooth movement with fixed appliances: a systematic review. Am J Orthod Dentofacial Orthop. 2019;156(5):582–592.
5. Chisari JR, McGorray SP, Nair M, Wheeler TT. Variables affecting orthodontic tooth movement with clear aligners. Am J Orthod Dentofacial Orthop. 2014;145(4 Suppl):S82–91.
6. Peruga M, Lis J. Correlation of sex hormone levels with orthodontic tooth movement in the maxilla: a prospective cohort study. Eur J Orthod. 2024;46(3):cjae025.
7. Seifi M, Ezzati B, Saedi S, Hedayati M. The effect of ovariectomy and orchiectomy on orthodontic tooth movement and root resorption in Wistar rats. J Dent (Shiraz). 2015;16(4):302–309.